[책읽기] 총균쇠 / 13장 - 필요의 어머니

 

이번 장에서 마침내 우리는 이 책의 핵심 문제, 즉 “왜 과학기술이 대륙마다 다른 속도로 발전했을까?”라는 질문에 답할 것이다.

사회가 새로운 발명을 적극 수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이자 가장 확실한 요인은 기존 장치와 비교할 때 예상되는 경제적 이점이다. 
둘째 요인은 사회적 가치와 권위이다.
셋째 요인은 기득권과의 양립 가능성이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수용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마지막 요인은 편이성으로, 그 기술의 장점을 얼마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느냐이다.

 

혁신은 실제로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완전히 고립되어 있던 과거의 일부 사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회 모두에서, 새로운 기술은 대부분 해당 지역에서 발명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에서 발명한 것을 차용했다. 독자적으로 발명하거나 차용한 기술의 상대적 중요성은 주로 두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하나는 그 특정한 기술을 발명하는 용이성이고, 다른 하나는 그 특정한 사회와 다른 사회들의 근접성이다.
자연에 널린 재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탄생한 발명이 적지 않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발명품은 여러 지역에서 여러 시기에 독자적으로 시도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적어도 아홉 곳에서 독자적으로 시작한 식물의 작물화인데, 이에 대해서는 이미 길게 다루었다. 다른 예로는 토기가 있다. 아마도 토기는 흔한 자연 재료인 점토를 말리거나 가열할 때 나타나는 특성을 면밀히 관찰해 탄생했을 것이다. 토기는 일본에서는 약 1만 4,000년 전, 비옥한 초승달 지역과 중국에서는 약 1만 년 전, 아마존강 유역과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 미국 남동부, 멕시코에서는 그 이후에 나타났다.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휴대할 수 없는 물건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런 변화는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떠돌아다니는 수렵·채집민의 과학기술적 도구는 휴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가령 당신이 번질나게 옮겨 다니지만 짐을 싣는 가축이나 운송 도구가 없다면, 아이와 무기 외에는 크기가 작고 꼭 필요한 물건만 추려 짐을 최소화할 것이다. 

 

과학기술은 자가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면적과 인구, 확산의 용이성, 식량 생산 시작 시기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유라시아는 처음에도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구성원들의 지적인 능력보다 지리적 이점 덕분에 1492년쯤에는 크게 앞섰다. 내가 알고 지내는 뉴기니인 중에도 에디슨 같은 잠재력을 보유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화급한 과학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창의력을 발휘했다. 달리 말하면, 축음기를 발명하는 문제보다 어떤 외래 문물도 없이 뉴기니 정글에서 살아남는 문제에 몰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