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 목 |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저 자 | 케이틀린 도티 / 임희근 |
출 판 사 | 반비 |
케이틀린 도티는 여성이다. 그녀의 직업은 돌아가신 분들을 모시는 일을 한다. 한단어로 말한다면 장례업 이다. 우리나라의 XX상조 회사가 되겠다. 직업이 시신을 대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죽은 사람을 두려워 하게 된다. 모두가 한번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케이틀린 도티는 어릴적 쇼핑몰에서 죽음을 목격한다. 그것이 장례업에 뛰어들게 하는 도화선이 되는거 같다.
우리가 죽음을 무서워 하는것은?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일수 있다. 전쟁터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면? 죽음은 흔한 일이 되지 않을까? 살면서 시체를 본적이 몇번이나 있을까? 나는 초등학교 6학년때 건물에 메달린 사람을 먼곳에서 본적이 있다. 시체를 보지 않았다면? 죽은 동물들은 보았을까? 가끔 날아 다니는 비둘기나 참새는 어디로 가서 죽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주변을 살펴 보니 산책로의 후미진 곳에 누워있는 비둘기를 보기도 했다. 자연은 죽음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기도 한다. 고양이가 가져갈수 있고, 까치가 가져갈 수도 있다. 야생에서는 독수리, 하이애나가 청소를 해 준다.
그럼 우리 인간들은? 장례업자가 하지 않는다면, 역시 동일하게 야생의 동물이나 미생물들이 처리를 해 줄것이다. 유튜브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보면, 참호와 돌격으로 인한 다수의 시신으로 인해 크기 큰 쥐들을 보게 된다. 그것을 자랑하는 사진들을 볼 수 있다. 크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쥐들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잠잘때 쥐들이 얼굴로 오는것을 막기 위해 망을 쓰고 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곧 죽을 사람의 배 위로 올라가서 죽을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고 한다. 부상 병은 배 위에 쥐가 올라 오면 곧 죽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89) 오늘날, 시체를 억지로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선진국에서만 누리는 특권이다. 바라나시의 보통날, 인도의 갠지스 강둑 위에는 80개에서 100개쯤 되는 화장터가 자리 잡고 불이 타오른다.
매우 공개적인 화장(때로는 인도의 불가촉천민 계급의 어린 아이들이 담당하는)이 끝나면 뼈와 재는 성스러운 강물 속으로 흘려보낸다.
화장은 싸지 않다. 비싼 장작 값, 다채로운 수의, 게다가 화장 전문가까지 비용에 재빨리 합산된다. 화장에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는 없어도 사랑하는 고인이 갠지스강 속으로 들어가기를 바라는 가족들은 시신을 통째로 밤중에 강물로 밀어 넣어 그대로 부패하게 한다. 바라나시를 찾은 사람들은 퉁퉁 불은 시체가 강물 위를 이리저리 떠다니거나 개들에게 뜯어 먹히는 광경을 볼 수있다. 갠지스강에는 이런 시체가 하도 많아서 인도 정부는 남의 살을 먹는 거북이를 수천 마리나 풀어 '강물을 오염시키는 시체들'을 뜯어 먹게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망자와의 달갑잖은 만남을 막는 체계를 만들어놓았다. 바로 이 순간, 시신은 크리스가 운전하는 차처럼 아무 표시도 없는 흰색 밴에 실려 고속도로와 주간(州) 고속도로를 내달리고 있다. 휴가 가는 승객들이 위칸에 타고 여행하는 동안, 시체들은 비행기 짐칸에 실려 지구 위를 종횡으로 누빈다. 우리는 아래칸에 죽은 이를 넣어놓았다. 지하에 둔 것이 아니라 병원의 위장된 이송용 침대 아래에, 우리 여객기의 배 속에, 그리고 우리의 의식 아래에 두고 있는 것이다.
시체를 보지 않는것은 선진국의 특권이라는 말에 공감을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죽으면 의사가 있거나, 아니면 경찰이 와서 조사를 하고 장례를 치루게 된다. 아프리카? 아마존?의 야상 이였다면? 장례업자가 오기 전에 자연이 모든것을 흡수해 줄것이다. 책에서 아마존의 특이 부족은 죽은 사람을 먹는 식인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브라질 정부가 나서면서 그 식인 습성은 없어졌으나, 그들 나름대로의 장례문화였던 것이다.
내가 죽는다면? 나는 딱히 할것이 없을 것이다. 그냥 하나의 몸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뉴스에 나오는 고독사 하시는 분들을 보면 그들은 누구에게 말도 못하면서 몇달을 방이나 거리에 있게 되는것이다. 혼자 외로이 있었으면서, 죽으면서 또 혼자가 되는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으면 자연이 해결 해 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 미국은 돈을 내야 한다. 도티가 있는 장례업체는 화장비용을 받는다.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기도 한다. 우리의 문화와 다른 점이 있다.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으면 시신을 수습하고 화장을 한 후 택배를 통해서 전달해 준다고 한다. 정이 없는 문화 같지만, 지극히 합리적인 부분이 아닐까?
150) 화장 비용을 치를 시간이 되자, 응우옌 부인은 내게 신용카드를 건넸다가 다시 거둬들이며 말했다. "잠깐만요. 자요, 아가씨.아까 것 말고 이 카드로 해주세요. 이걸 쓰면 항공사 마일리지가적립되거든요. 최소한 마크가 내게 몇 마일은 벌어준 셈이네요."
“어디 열대 지방에라도 한 번 다녀오셔야겠네요.” 나는 생각없이, 마치 그 어머니가 여행사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내뱉었다.어쨌든 아들이 지저분한 모텔 방에서 죽은 것을 발견한 엄마라면, 열대 칵테일 한 잔쯤은 마실 자격이 있지 않겠는가?
151) “그것도 좋을 것 같네요, 아가씨." 그녀가 영수증에 서명하면서 말했다. "난 언제나 하와이에 있는 카와이 섬에 가보고 싶었답니다."
"전 원래 오아후 섬 출신이지만 나중에 하와이 본섬의 힐로쪽을 정말 좋아하게 됐죠." 하고 나는 대답했다. 우리는 하와이섬 이곳저곳의 장단점에 관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들 마크의 화장 비용 마일리지를 써서 응우옌 부인이 방문할 수 있는 곳에 대해서 말이다.
말썽많은 아들이 죽고, 카드로 결제 하면서 항공사 마일리가 적립되는 카드로 바꾸는 대목은 신선한 부분으로 보인다. 어쩌면 곧 우리도 이와 같은 일이 생길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미국의 모든 장례가 이렇지는 않는다. 죽은 사람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기 위해서 장례업체를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이때 장례업체는 고인을 보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돈을 그렇게 벌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할때 왜 그런지를 설명해 준다. "죽은 사람들은 매우, 매우 죽은 것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여 주기 어려운 부분으로 보인다. 이런 문화가 생겨나게 된 이유는 멀리 멀리 멀리 가서 남북전쟁까지 가게 된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대에는 고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부패를 덜 시키기 위한 방법은 방부처리를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발전하고 고인의 좋은 얼굴을 보기 위해서 죽은 자에게 화장을 하는 것이다.
171) 죽은 사람들은 매우, 매우 죽은 것처럼 보인다. 그게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데, 왜냐하면 우리 중 누구라도 황야에 돌아다니는 시체 무리를 우연히 마주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집에서 죽는 일이 드물고, 설령 집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마지막 숨을 내쉬는 즉시 시신이 장의사로 운송 된다. 만일 북미에 사는 어떤 사람이 시체를 "보고 왔다.”고 하면,그 시체는 아마 이미 장의사 직원의 손으로 방부처리된 후에, 얼굴에 화장(化)도 잘되고, 의상도 일요일에 입는 제일 좋은 옷이 입혀진 상태일 것이다.
텔레비전의 범죄 프로그램도 이 문제에 좀처럼 도움이 되지않는다. 황금시간대 TV에 나오는, 보통 하녀나 관리인, 혹은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하던 사람들이 발견한 시체들은 한결같이 두눈을 딱 감고 입술은 꼭 다물고, 희고 푸르스름한 화장으로 반짝반짝하게 칠해져 있어, 마치 조문객을 받을 준비를 이미 마친 것처럼 보인다.
172) 그것은 시청자들이 봐도 '죽었다'고 생각될 만한 모습이다. 이런 프로그램의 피해자들을 연기하는 젊은 모델과 배우들은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CSI와 치안 당국을 다 거치고 난 시체 역할을 맡는다. 그들은 장의사에 오는 대다수의 시체들이 암이나 간경변 등의 질환을 몇 년이나 앓느라 늙고, 울퉁불퉁해지고, 고통에 시달린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죽음 이후는 아무도 알수 없다. 그러나 죽은 다음의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화장 시설을 돌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화장 시설을 운영하는 인건비가 필요 하다.
정말 죽은 다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내가 죽은 다음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장례업이라는 직업에 대한 부분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시체' 아니 '돌아가신 분'(고인)을 위해서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 아무것도 못하고 죽은 다음에는 또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인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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