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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읽고쓰다

[책읽기] 아버지의 해방일지

by KANG Stroy 202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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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   아버지의 해방일지
  저      자   정지아
  출 판 사   창비

2022년을 끝나가는 지금 이 책 추천을 많이 하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말하고 싶은것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 해 보았다. "진정성" 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아버지의 진정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이야기 입니다. 다른 생각들도 있었지만,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돌아 다닙니다. 

줄거리는 이렇게 시작 됩니다.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딸은 욕을 시원하게 한다. 3일 장례식이 열린다. 장례식장에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찾아 옵니다. 빨치산 활약으로 집안은 풍지 박살이 났지만, 아버지 본인은 빨치산으로 들어가게 된 신념대로 삶을 살아갑니다. 빨치산 이후의 아버지 삶을 장례식이 진행 되면서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연좌죄가 있던 시대에 이 책은 불온서적이 되었을 겁니다. 빨갱이가 나오는 책이니 말입니다. 

우리가 빨갱이라는 단어만으로 책을 본다면? 이 책을 읽기 힘들거 같다. 광화문의 태극기 부대 어르신들은 공산주의는 치를 떨겁니다. 그들은 다 죽여야 할 존재들입니다. 이 책에서 빨갱이라는 단어를 빼고 읽는다면? 아버지의 꼰대 같은 인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삶에서 한치도 어긋나지 않으려는 모습이 나타나죠. 그런 삶을 과연 나는 살아 갈 수 있을까요? 나의 신념대로 말도 안되는 삶을 위해서 살아 갈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먼길 갈수 없는 여인을 대리고 와서 밥과 잠도 재워주지만, 그 여인을 아침에 마늘 한접을 들고 사라집니다. 아내의 원망에 "오죽 하면 그러겠나" 그런 원망 하려고 빨치산으로 들어 왔는가? 라는 말을 하는 마음은 또 무엇일까요? 그 말에 또 조용해 지는 아내는 또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을까?

잘 죽었다고 침을 뱉을 수 있는 사람과 아버지는 어떻게 술을 마시며 살아온 것일까? 들을 수 없는 답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대답을 알 것 같았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싫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관계를 맺지 않았다. 사람에게 늘 뒤통수 맞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탓인지도 몰랐다.

실수라고 봐야 할까? 꼭 공산주의 이론으로 살지 않아도 재미 있게 살 수 있는 아버지일 텐데 말이다. 남들에게 당하며 살아도 남을 위해서 사는 참 고달픈 인생이 보인다. 마지막 가는길에 꼬장을 부리는 월남 참전 술 친구는, 술 한잔에 기분이 좋아서 그간 있었던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합니다. 서로 생각은 달라도 같이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아버지였다. 공산주의는 싫지만 사람을 미워 할 수는 없다. 

앳된 얼굴이었다. 피부가 유달리 가무잡잡했다.
"우리 아버지를 알아요?"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아는데요?"
흔하디흔한 삼선 슬리퍼를 시멘트 바닥에 문지르며 아이가 머뭇거렸다.
・・・・・・ 담배 친군디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여든 넘은 아버지의 담배 친구라니. 기분이 상했는지 아이가 눈만 치켜뜬 채 나를 노려보았다.
"어쩌다가......”
눈꼬리는 사나워도 넙죽넙죽 말은 잘 받았다.
"교복 입고 담배 피우다가 할배한테 들케가꼬 꿀밤을 맞았그마요. 양심 좀 챙기라대요. 최소한 교복 벗고 피 우는 것이 양심이라고 ・・・・・・
“그래서? 담부터는 양심 챙겼어요?"
"아니요. 학교를 때려쳤는디요?"

아직 어린 친구가 담배를 피고 있을때, 같이 피워 주며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아버지였다. 시대 소설같이 느껴지지만 지금의 삶을 더 이야기 하는 이유는? 지금 죽었기 때문이 아닐까?

대학 시절, 한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어릴 때 심한 화상을 입어 오른쪽 검지 한마디가 뭉그 러졌다. 군대는 언제 가냐는 아버지 질문에 친구가 화상 입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좋겄네. 군대는 안 가겄그마 새끼손가락에 화상을 입 었으면 워쩔 뻔봤능가? 그랬으면 군대도 가야 했을 판인디....."

친구를 볼 때마다 손가락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나는 아버지 말에 밥을 먹다 말고 사레가 들렸다. 친구는 느닷 없이 박장대소했다. 나중에 그 친구가 그랬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한 게 우리 아버 지가 처음이라고. 어쩐지 아버지 말에 지금까지의 모든 설움이 씻겨 내리는 것 같았다고.

육개장을 먹던 아이가 식탁에 놓여 있는 소주병을 한참 쳐다보고는 다시 눈물을 훔쳤다.
“붙으면 술 사준다고 해놓고………… 할배는 씨∙∙∙∙∙∙ 약속

누군가 외로운 존재에게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공산주의의 유물론을 이야기 하는 아버지. 시선을 돌려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고, 그 본것을 아프지 않게 말 할 수 있는 아버지는 "진정성"을 이야기 합니다. 

번지르르 한 말 한마디보다. 진정성 있는 말 한마디. 아이에게 술 한잔 사 준다고 말 해 줄수 있는 어른. 우리는 그런 어른을 찾고 있는것이 아닐까? 시대는 공산주의자의 아버지라는 편견을 만들었지만, 장례식 3일간 아버지를 찾아온 사람들은 편견보다는 아버지의 진정성을 그리워 한다. 아버지가 살았던 곳에서 해방을 이루지 않았을까요?  

잔잔한 즐거움과 꼰대 같지만, 진정서 100%인 아버지의 추억을 읽고 싶다면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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