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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읽고쓰다

[책읽기]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by KANG Stroy 2022.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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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저      자   장류진
  출 판 사   창비

일의 기쁨과 슬픔은 알랭 드 보통의 책 이름과 같다. ( * 제목은 알랭드 보통이 쓴 동명의 에세이에 착안했다. ) 라고도 쓰여 있다. 그렇다고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읽은 것은 아니다. 책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단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목차가 있다.

잘 살겠습니다 / 일의 기쁨과 슬픔 /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 다소 낮음 / 도움의 손길 /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 새벽의 방문자들 / 탐페레 공항

위의 소설들의 목차를 다시 한번 보면서 이야기를 한편으로 만들어 본다면? 이라는 색강을 하면서 엮어 보았다.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첫 출근을 하는 초년생 여성의 모습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싶어 진다. 사회 생활을 한지는 좀 되기는 했지만 정규직으로는 첫 출근이다. 비정규직일 때보다 약간 월급이 올랐다. 이것 저것 계산을 해 보니 빠듯한 회사 생활이다. 첫 출근부터 서두르기는 했지만, 버스는 늦고, 날씨는 너무 덥다. 원피스에 겨드랑이에 땀이 송글송글 하다.

기다리는 버스와 땀을 식히기 위해서 카페에 들어간다. 카페 밖에 쓰여진 아메리카노 2,000원에 하루 생활비를 과감하게 투자하는 용기를 내고 들어간다. 주인은 커피가 4,500원 이란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2,000원,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4,500원이란다.(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카페다) 이 더운날 따듯한 커피를 먹을 수는 없다.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한번 더 용기를 가지고 4,500원을 사용한다. 첫날 부터 늦을 수 없기에 택시를 탄다. 

직장인 일때 쓴 소설이라 젊은 직장 여성의 한 부분을 보는 듯 하다. 

[새벽의 방문자들] [일의 기쁨과 슬픔] [다소 낮음] - 일 / 삶

[새벽의 방문자]들은 젊은 여성이 연인과 헤어지고 오피스텔을 얻어 들어 갔다. 주로 하는 일은 인터넷을 청소는 정신 노동자이다. 이상한 문구와 성인 관련 링크를 삭제하는 일은 한다. 여성은 지우고 누군가는 검은 돈을 벌기위해서 머리를 쓰면서 자동으로 삭제하는 구문을 피해서 올리고 있다. 

넘쳐 나는 성인물들에 유혹 되어서 남성들은 여성의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초인종이 또다시 울렸다. 여자는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들은 소리가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해 당황했다. 딩동. 한번 더 울리자 그제야 서늘한 공기가 여자의 심장을 훑고 지나갔다. 여자를 찾아올 사람도 없었고, 이사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더 남은 택배도 없었다. 무엇보다, 새벽 세시였다. 이 시간에 초인종이 울릴 이유가 없었다. 여자는 자신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것은 불이 켜지기 직전, 바퀴벌레로 꽉 찬 방을 상상하는 일처럼 소름 끼치는 두려움이었다.

여자는 조심스럽게 현관 쪽으로 다가가 문에 달린 렌즈를 들여다봤다. 처음 보는 젊은 남자가 차가운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도는 복도의 조명을 받고 서 있었다. 차림새가 예상 밖으로 단정했다. 무채색의 정장 차림이었고 푸른색의 타이를 맸다. 블레이저 위에는 무릎까지 오는 트렌치코트를 덧입었다.

옷은 무채색의 정장 차림,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는 남성들의 모습이 보인다. 속물 같은 남성들은 꾸준히 늦은 시간 벨을 누른다. 자신들은 해방을 위해서 누가 있을지 모를 오피스텔의 벨을 누르고 있다. 

[다소 낮음] 아티스트 장우는 기타를 치다 우연히 쓴 냉장고송 "냉장고 장고장고장 고장은 아닐거야" 유튜브에서 힛트를 친다. 기획사에서 연락이 오고, 같이 살고 있는 연인은 기획사에 들어가면 금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을 기대를 한다. 장우는 신념이 있는 아티스트다. 그냥 쉽게 만들어서 한장의 디지털 음원을 내는것은 음악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규집 같은 완전한 하나의 앨범을 내는것이 음악을 생각하는 아티스트라는 신념이 있었다. 

기획사 사장과 2번이나 만나면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고 계약을 하지 못한다. 돈은 없으면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강아지를 하나 구입해서 자취방으로 들어간다. 전기요금 낼 돈도 없으면서 강아지를 산 것이다. 여친은 장우를 떠나간다. 시간이 지나고 여친에게 연락이 왔다. 오라고 하면 올거 같기는 했다. 지금의 강아지와의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시큰둥하게 대한다.  

강아지가 어느날 부터 아파서 동물병원으로 간다. 돈이 없다. 기획사 사장을 찾아간다. 

“이게 누구야. 우리 아티스트님께서."
돈사장이 장우 쪽으로 다가오며 인사를 건넸다.
기다리면서 어금니를 하도 꽉 깨물고 있었더니 턱관절이 다 아팠다. 장우가 입을 열었다.
"혹시 계약......”
더는 입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리자 돈사장은 "뭐라고?" 하며 되물었다. 장우가 말을 이었다.
"지금이라도 계약할 수 있을지 해서요."
돈사장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장우의 어깨를 짚더니 두어차례 두드렸다.
“요새 우리가 키우고 있는 애들이 많아서. 지금은 어렵고, 내가 여력이 있으면 다시 전화를 줄게."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 친구 타이밍 참 못 잡네."

계약은 못하고, 여친은 떠나가고 남는것이 없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 한국의 실리콘 밸리가 있는 판교이다. 아침은 미국식으로 둥글게 모여서 스크럼을 짜고 짧게 회의를 하지만, 정작 짧은 회의는 없고 사장의 훈시로 인해서 회의 시간은 늘어진다. 

중고 사이트를 운영하는 앱 업체다. 거북이알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최근들어서 물건을 너무 많이 올려서 사장이 한번 알아 보라고 10만원을 주었다. 한번도 뜯지 않은 제품을 계속적으로 올리면서 다른 사람의 물건들이 아래로 내려가는것이 부담스러운 부분이였다. 

거북이알의 캡슐커피를 구입하면서 사정을 들었다. 카드사에서 근무하는 번듯한 직장이였다. 인스타를 사랑하는 관종 회장이 시킨일을 했다. 일은 잘 풀렸다. 원하는 기획도 잘 이루어졌지만, 마지막 회장의 관종을 이해 못하면서 좌천 되었다. 회사가 추진하던 아티스트의 공연을 회장이 먼저 인스타에 말하지 않고 기획팀이 먼저 공지를 올려서 생긴것이다.  

회장의 쪼잔함은 또다른 복수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서 물건을 구입해서 팔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 해준다. ( 더 깊은 이야기를 하면 스포가 될거 같기에 순화 합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회사 생활 십오년 하면서 한번도 운 적이 없었거든요. 루바 공연 건 때문에 특진 취소되고, 팀 옮겨지고, 강남에서 판교로 짐 싸서 올 때도 눈물이 안 났어요. 그런데 그 포인트를 보고 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너무 막막해서."

[새벽의 방문자] [다소 낮음] [ 일의 기쁨과 슬픔 ] 은 직장에서 일어 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새벽의 방문자는 남성들의 찌질함이 보입니다. 그리고 추잡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보입니다. 다소 낮음에는 잡아야 할 기회를 놓치고 후회를 하게 되고, 자존심만 세우다 기회를 못 잡는 모습이 보입니다. 결국 자존심을 내려 놓으고 하려고 할때는 이미 늦어 버린 후 였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직장속에서의 안보이는 갑질을 하는 사장, 그리고 울지 않으려고 참고 일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도움의 손길][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도움의 손길은 집 청소를 해 주시는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는 사별한 직장 동료를 만나기 위해서 후쿠오카로 가게됩니다. 남성의 속물 근성을 보여줍니다. 도리스 래싱의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소설이 문득 생각나기도 합니다. 

직장 생활이 있다면, 그속에서 일어나는 사랑도 빼놓을 수 없겠내요. 도움의 손길에서 청소를 부탁한 부부와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에 대한 상호 관계입니다. 누가 누구를 고용했는가?라는 생각이 마지막에 생각이 납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장우의 눈에 베란다에 있는 그 후로 이주를 아주머니께 마지막 기회를 드린다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그녀가 그날의 일을 다 마치고 옷방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거실 바닥에 엎드려서 거실장 밑으로 손을 깊숙이 넣어봤다. 새카만 먼지가 묻어 나왔다. 이제는 정말 바닥을 손걸레로 마무리하는지도 의문이었다.

화장실의 불을 켜고 들어갔다. 욕조와 세면대의 수도꼭지가 거울처럼 깨끗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세면대를 자세히 들여 다봤다. 먼지와 물때가 그대로였다. 욕조 바닥은 손가락이 닿자마자 미끈거렸고 욕조의 가장자리를 따라 누런 때가 끼어 있었다. 한 마디로 청소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와중에 수도꼭지만 빛나는 것이 황당했다. 시간이 없어서 이번 주는 화장실 청소를 못했다고 이야기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는 수도꼭지만 반짝반짝하게 닦아놔서 얼핏 보면 화장실 청소를 한 것처럼 보이게 해두었다. 더는 참기 힘들었다. 아주머니께 다음번부터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려고 마음먹었다. 몇주를 참고 참아왔던 말 이었다.

화장실 밖으로 나가자 아주머니가 외투와 목도리를 팔에 걸쳐들고 옷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내가 입을 떼려는 순간, 그녀가 먼저입을 열었다.
"새댁, 나 다음 주부터 못 와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녀는 금요일에 격주가 아니라 매주 와달라는 집이 있어서 우리 집에는 더이상 못 오겠다고 했다. 분명히 아주머니를 그만두게 하려고 했었는데, 내 입에서는 왜인지 "저희 집도 매주 오셔도 돼요. 다음 주부터 매주 오세요" 하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이 업체와 이야기가 끝났다면서 심지어 지난주 금요일에는 이미 그 집에 첫 출근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 집에 마지막 출근을 하려고 그 집에 특별히 하루만 양해를 구하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얘긴 안 하려 그랬는데.”
현관 바닥에 앉아 신발 끈을 묶던 아주머니가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점심시간 끼어 있으면 대충이라도 먹을 거는 주고 그래야 아줌마들이 좋아해. 새댁이 잘 몰라서 그러나본데."
그리고 바닥에 놓여 있던 외투와 목도리를 주섬주섬 주워 걸치며 덧붙였다.
“참, 아마 업체에서 전화가 갈 거예요. 연회비 내라고."
"갑자기 왜요?"

청소를 못하면 아주머니를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먼져 아주머니가 선수를 칩니다. 다음주에 오지 않습니다. 여성은 아주머니가 처음에는 청소를 잘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의 질이 틀려지는것을 봅니다. 고용했으니 마음대로 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정작 아주머니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위에 올라가 있었다. 갑을 관계가 바뀌어 버린것이다. 직장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능력있는 사람은 갑을 관계가 바뀌어서 상사 머리 위해서 놀기도 한다. 

[잘 살겠습니다] 

잘 살겠습니다는 결혼의 마지막 부분으로 청첩장을 전달하는 부분이다. 친하지 않은 동료가 청첩장을 원해서 나갔다. 눈치가 없는것인지, 이런 저런 핑계를 대어도 꼭 만나야 겠다는 것이다. 만나서 청첩장을 주었다.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자신보다 비싼 음식을 시켜먹는다. 자신도 곧 결혼을 한다는 말을 한다. 결혼 당일 여성은 오지 않았다. 까먹다고 한다. 

키보드 밑에 깔려 있던 흰 봉투를 발견한 건 빛나 언니와 한정식을 먹고 두달쯤 지난 시점이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책상을 닦으려고 키보드를 들지 않았으면 아마 계속 모르고 지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손바닥만 한 봉투를 열자 "우리 결혼 합니다"라고 적혀 있는 카드가 나왔다. 빛나 언니의 청첩장이었다.

이게 뭐야 밥도 안 사고 그냥 이렇게 던져놓고 간 거야? 청첩장이 무슨 피자집 전단이야? 나는 원래 빛나 언니의 결혼식에도 참석하고 축의금도 오만원 정도 낼 생각이었다. 똑같은 사람이 되기는 싫었으니까. 정식으로 시간 내서 청첩장을 준다면 분명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쯤 되자 더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라면, 나라면 정말 이렇게는 안 해. 손에 쥐고 있던 텀블러의 뚜껑을 열어 청첩장 위에 세차게 내려놨다. 뚜껑에 묻어 있던 커피가 새하얀 청첩장 위에 동그란 형태로 번졌다. 나는 텀블러에 남은 아이스커피를 얼음째 씹어 마셨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렸다.

25,000(축의금 대신 먹은 밥값)-13,000(내가 청첩장 주면서 산 밥값) =12,000

이제는 남편이 된 구재에게 내 계획을 들려줬다. 주말에 함께 들른 백화점의 생활용품 코너에서였다. 나는 언니에게 받은 만큼만, 딱 만이천원짜리 선물을 사서 축의금 대신 줄 거라고 했다.

이런 사람이 없을거 같지만, 꼭 한명은 있다. 자신은 오지 않으면서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렇다고 복수를 꿈꾸지만 자신의 옹졸함에 찔림을 당한다. 

아마도 빛나 언니라는 사람은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나만 이런 생각에 빠져 있을 수 있다. 그냥 모른척 관심없이 지나가는것이 나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꼭 복수를 해도 그 사람은 복수를 당한지 모를 것이다. 

직장 생활과 사랑에 대한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책을 읽다보면 순식간에 넘어가는 책장과 다음장이 궁금해 지는 단편모음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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