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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읽고쓰다

[책읽기] 그 길에서 문득 너를 만나면

by KANG Stroy 202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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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문득 너를 만나면 이윤정 보민출판사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책 표지가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저 철길의 끝은 어디인지? 빛이 강렬하게 들어오는 저 끝을 통과하면 행복한 날만 있을거 같습니다.  

그 길에서 문득 "너를 만나면" 

제 1부. 봄, 너를 만나면

꽃잎들 이리저리 바람에 나뒹굴며 애달픈 몸짓으로 바쁘다

제 2부. 여름, 너를 만나면

따스한 몸빛이라 하기엔 부족하고 겨울이라 하기엔 좀 어설픈 오늘 

제 3부. 가을, 너를 만나면

가을꽃 내린 고운 길을 홀로 걷는다 너는 그곳에 나는 이곳에 있다

제 4부, 겨울, 너를 만나면

하얀 눈이 흩날리는 그 겨울에도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되는 건 네가 떠올라서 그래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끝이난다. "너를 만나면" 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여름이면 더위에 선선한 가을을 기다린다. 겨울의 추위에 하를 내면서 봄을 기다린다. 매년 계절을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기다린 만남이 행복해야 하는데, 만나기만 하면 다음을 기다린다. 그리고 또 만난다. 

 

같이 있으면서도 또 무언가를 기다리며 만남을 원한다. 시인은 사회생활을 하는 딸이 있다. 당연히 남편도 있다. 삶 속에서 녹아 든 시들이 보인다. 어쩌면 나와 같은 걸까? 가슴속을 콕콕 찌르면서 웃음이 나게 한다. 

함께 걷는 게 어디야 
                                                 -이윤정
발맞춰 걷는 거 왜 이리 힘든 거야
머리에 힘 빼고
마음에도 힘 빼고
그저 
가볍게 발맞춰 걸으면 될 텐데
내 발이 먼저 가면 
네 발도 덩달아 앞서가
꼬이고 꼬여 
너 저만치 나는 이만치
따로 걷는 우리 부부
그래도 
함께 걷는 게 어디야 

 

연인이면 더위에 땀이나도 두 손 깍찌 끼고 걷는다. 발이 꼬이지 않는다. "너 저만치 나는 이만치" 이제는 거리가 삶의 무게일까? 그래도 함께 걷는 게 어디야. 서운한거 같지만, 서운하지 않다. 옛 어르신들이 걸어 가는 모습이 생각난다. 할아버지가 한참 앞으로 가면, 두 걸음 뒤에 할머니가 따라간다. 할아버지가 뭐라 뭐라 하면, 할머니는 잠시 멈춘다. 그리고 다시 할아버지가 걸어가면 다시 두 걸음 뒤에 할머니가 따라간다. 

겨울이 오면 만나려나? 

휴식 
                                                                               - 이윤정
천으로 만든 꽃가방에 
작은 물병 핸드폰
봐야 할 책 넣어 나 산속 카페에 와 있다
시원한 바람 내 얼굴 장난스레 간지럽힌다 
지친 몸 바람에 내어 맡기고
머릿속 이런저런 생각들 나란히 줄을 세워본다
부피가 큰 문제부터 사소한 것들까지
줄줄이 세워놓고 보니 정갈하니 보기에도 좋다

나와 함께한 문제 거리들
하나하나 잘 달래 보내줘야겠다

 

올해 문제들도 하나하나 만났다. 이런저런 고민에 투덜거려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겨울이다. 어느덧 2025년을 만나야 할 때가 되어 간다. 나도 작은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 거리 하나 둘 집합시켜야 겠다. 그리고 "하나하나 잘 달래 보내줘야겠다" 너는 올해 나와 함께 고생을 했내. 올해 시작부터 힘들게 하더니, 이제 칭찬 좀 하고 보내 줘야 겠다. 너 때문에 욕하면서 파이팅 했다. 

그런데 나 휴식이 필요 한거 같다. 그러니 조심히 넘어지지 말고 각자의 길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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