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문학동네

이문재 시인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났다. 시를 청소년기 교과서 이후에 처음 접했다. 충무공 이순신의 시(시조)를 아직도 기억을 한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나라를 위한 깊은 시름에 빠질 때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줄기 피리 소리가 나의 창자를 끊는 듯싶구나' 

 

어렵게 암기를 하기는 했다. 연애를 하면서는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를 편지에 적어 보기도 했다. 마땅히 줄 사람은 없었지만 사랑이 하고 싶었나 보다. 이 시를 접한게 된 것은 내가 일을 키웠기 때문이다. 

필사 책 모임에서 잠시 휴지기를 보내고 있었다. 아주 잠깐 쉬는 타임 이였다. 이제 어떤 책을 할까요? 라는 물음표에 뜬금 시를 이야기 했다. 침묵이 흘렸지만, 책 리더가 이문재 시집을 이야기 하면서 시작 되었다. 다들 이렇게 시를 좋아 할 줄은 몰랐다. 그냥 던진 말에 진행되고, 다들 좋아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시집을 읽으면서 딴 생각을 했다. 시란 무었일까? 라는 생각에 빠져 들었다. 시를 보라 했더니, 시를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든다.

시란? 압축된 이야기? 짧은 단상? 

문자메시지

형, 백만 원 부쳤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야.
나쁜 데 써도 돼.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잖아. 

 

문자메시지 한편이 있다. 동생의 마음이 절절하다. 그리고 형의 마음은 찡하다. 최고의 시인이지만, 백만 원이 없었던가 보다. 이 시에 살을 붙이고, 감정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소설이 될까? 

필 끊는 마음으로 한자 한자 많은 글을 적었다. 그리고 모든 글자를 지우고, 동생이 보낸 문자메시만을 남겼을 것이다. 

나쁜 데 써도 돼... 동생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적었을까? 형이 못 쓸까봐? 그런 말을 했을까? 

나쁜 데... 그 나쁜게 무었일까? 

시인의 동생도 시인의 형을 만나면, 반 시인은 되나 보다. 열심히 일한 동생, 나쁜 데 써도 된다는 마음. 나에게 나쁜 데 라면? 무엇일까? 차마 동생이 보낸 돈으로 나쁜 곳에 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맥주 한잔, 소주 한잔으로 나쁜 짓을 해 보련다. 동생 형이 나쁜 짓으로 소주 한잔 했다. 안주는 거하게 세우깡으로 했다. 옛날보다 세우깡 가격이 올랐더라. 과소비 좀 했다. 

꽃멀미

철쭉이 흰 철쭉꽃을 피워올렸다. 겨우내 비어 있던 아파트 화단이 빵처럼 부풀어올랐다. 눈이 부셨다. 어찔했다.
꽃멀미 꽃멀미였다. 

철쭉한테는 꽃 핀 데가 해발의 끝이었다. 흰 꽃들은 저마다 목숨을 내걸고 봉기 발기 궐기 중이었다. 흰 꽃들이 있는 힘껏 제 몸을 열어놓고 있었다. 더이상 어쩔 수 없는 만개 였다. 
.......... 

 

제목이 훅 들어온다. 겨울은 가고, 이제 꽃들이 핀다. 송진가루가 날릴 것이다. 이제 봄이기 때문이다. 비염이 심해서 봄이면 훌쩍 훌쩍 거린다. 꽃들이 "빵처럼 부풀어" 올랐기 때문인가 보다. 꽃들이 자기 모습 보여 준다고 나온다. "흰 꽃들은 목숨을 내걸고 봉기 발기 궐기 중이었다." 그래서 봄인가 보다. 

나의 코에도 심한 봄이 찾아 올것이다. 그것이 시인은 "꽃멀미"라고 이야기 해 준다. 

 

그래 봄이라 꽃 때문에 내 코는 멀미를 심하게 하나 보다. 

 

학생시절 시의 3요소, 시는 반복.. 이런 이상한 형태를 요구 했다. 시집을 읽으면서, 시는 그딴 요소 필요 없다. 그냥 보이는 것 느끼는 것 그런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멀미 심하게 받으면서 나머지 시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