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 이주혜 | 창비 |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이주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최근 번역 관련 강연에 갔었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작가도 번역을 했다는 것이다. 문학동네의 <위대한 갯츠비>가 김영하 작가가 번역을 했다. 뜬근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을 이야기 하기전에 한참을 돌았다.
책 표지에 제비와 만년필이 있다. 제비는 돌아 온다. 그리고 만년필은 쓴다. 만년필은 쓰는것을 좋아 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아이템이 아닐까? 종이에 사각 사각 소리가 나고, 잉크가 번져 나가는 모습이 쓰는 즐거움이다. 당연히 손 끝에 잉크가 묻기도 한다.
주인공은 주변에 잡음속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남편의 일탈로 도장만 찍지 않은 이혼을 한다. 딸은 엄마 보다는 자신과 함께한 시간을 많이 한 아빠를 더 따른다. (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을거 같내요 )
석구가 활동하는 정당의 당원 게시판에 장문의 글이 떠 있었다.
고발글이었고 고발 대상은 석구였다. 성폭력 가해자이자 스토커 현석구 당원을 고발합니다.
남편 석구로 학원은 정리 된다. 살고 있는 집도 정리하여 작은 오피스텔로 간다.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졌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었다. 계절을 몰랐다. 바깥 날씨도 궁금하지 않았다. 오피스텔 천장에 달린 매립식 냉난방기가 더우면 식혀주고 추우면 덥혀주었다. 씻지 않았다. 일어나 걷지 않았다. 요란한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소리만 흘려들었다. 거울을 보지 않았다.
....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다.
아무것도 하지 싫은 시간들이 왔다. 정신과 의사가 일기를 써 보라고 한다. 연희동의 글쓰기 공작소에 찾아갔다. 일기 쓰기 모임에 4명이 모였다. 선생님의 포함해서 5명이다. 선생님은 그림자에서 '그'를 빼고 림자라 불러달란다. 모두들 익명석을 위해서 별명을 이야기 하자고 한다. 커플은 '고슴', '도치', 나이 지긋한 어머니?는 마이웨이에서 '웨이' 주인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시간에 이야기 한다고 한다.
도치 수 많은 자음 중에 시옷을 선택한 이유 정도는 물어봐도 됩니까?
나 그냥... 시옷은... 어쩐지 넘어지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처럼 생겨서요.
일기를 쓰고 온날 도치가 물어 봤다. 일기속의 주인고 시옷은 왜? 시옷인지? 그래서 주인공은 시옷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넘어지지 않고 걷는다면? 앞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넘어지지 말아라...
남편은 사고치고, 딸은 엄마와의 거리를 둔다. 정신과의 약은 잠을 부른다. 그렇지만 약만으로는 해결 하지 못할 부분이 정신이 아닌가? 일기 쓰기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에서 시옷은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글 한글 써가면서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옆집의 애니, 그리고 남자라 이야기 한 적 없지만, 남들이 오해로 노래 잘하는 남자로 인식해 버려 방송국 합창단에 들어간 이야기들... 어린아이의 담담한 아픔을 이야기와 즐거운 이야기가 일기로서 한땀 한땀 풀어 간다.
일기도 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추억이다. 어쩌면 그리움의 한 부분일 것이다. 손주를 얻은 할머니가 거나하게 취하셔서 노래를 한다. 손주에 대한 기쁨인가? 지나온 삶의 그리움인가? 시옷이 합창단에 부르고 싶었던 노래 구절이 머릿속을 빙빙 빙빙 돈다.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리움이 뚝뚝 흘러 넘친다. 그리움도 사치 일 수 있다. 일기를 살짝 벗어나면 시옷의 어머니로써의 삶과, 자신의 어머니의 한탄과 부담감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당장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는다.
공작소의 '림자'가 일기 쓰기를 시작하기전에 말을 한다.
당신의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
만나기 때문에 헤어질 수 있는거겠지요? 나와의 만남을 미루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작은 일기는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를 한번 마주하면서, 이 일기 모음에 참석하기 위해서 저는 두글자의 별명을 생각해 봅니다. '바람' 을 쓰고 싶습니다. 바람 앞에 하나를 더 추가 해 봅니다. '신' + '바람' 신나는 삶을 살아 보고 싶으면서, 바람처럼 흔들 흔들리고 싶군요. 꺽이지 않고 흔들 흔들.. 누구에게도 욕을 먹어도 흔들 흔들 거리면서 즐겁게 살아 보고 싶습니다.
눈이 아름다운 아이와.. 밥 한끼를 생각했습니다. 밥이 뭐 대수냐라고 하지만, 먹고 살자고 하는 인생인데... 응달집에서 곰국을 먹는 시옷과 국물도 없이 밥을 먹는 눈이 아름다운 아이.. 곰국에 찬밥을 섞었을때.. 김치와 함께 한 숟가락 뜨면, 눈이 아름다운 아이는 행복이지 않았을까요? 왠지 눈이 아름다운 아이라는 말이 정말 아름다워서 일까요? 일주일을 돌아보며, 오늘은 눈이 아름다운 아이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찬밥에 곰국을, 곰국에 찬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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