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아침형 인간 붐이 불었다. 퇴근 후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샐러던트의 삶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양쪽 모두 ‘평범한’ 우리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점심시간이 있다. 일단 출근만 하면 주어지는 시간. 12시부터 1시 사이 단 한 시간, 그러나 날마다 돌아오는 시간. 반복을 쌓아 재산을 만들 것인가?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는 물처럼 만들 것인가?
뉴욕 월가에는 ‘3(three) 마티니’라는 용어가 있다. 비즈니스를 위한 점심 약속에서 식전술인 마티니를 세 잔 정도 마시며 용무를 끝내고 본격적인 식사 즐기기에 돌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세계적인 부호나 재벌들은 자신과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돈을 받고 팔기도 하는데 워렌 버핏과 대화하며 점심 한 끼를 먹는 가격은 22억 원이다.
최근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50%가 실제로 점심식사에 사용하는 시간은 15~30분. 그리고 이들 중 50%는 남는 시간에 주로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직장인, 현대사회에서 점심시간이란 단지 끼니를 때우는 용도로만 놓아둘 수 없다.
매일 활용과 누적이 가능한 20분이라는 시간. 날마다 20분 간의 파워워킹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한 달 최소 두 권 이상의 독서가 누적되면 일 년에 24권이다. 주기적으로 반복 가능한 활용방식으로 효과를 볼 수 있고, 장시간 에너지를 집중하고 사용해야 하는 부담감도 덜하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휴식과 사교 그리고 학습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전의 것을 정리하라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첫 번째 단추는 ‘오전의 것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보통 오전은 전날의 일과 그날의 일의 연계선상에서 이것저것 바쁘고 번잡하게 마련이다. 미팅이나 전화 통화, 업무보고 등에 관련해 어수선하게 늘어난 메모지, 우편물, 프린트 등 불필요한 것들을 찾아내 폐기처분하라. 책상 위가 깨끗해지는 것만으로도 오후 일과에 대한 준비가 착실히 되어 있음을 본인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오전에 진행한 업무를 분류해 타부서, 부하직원, 유관업체, 아르바이트생에게 넘겨라. 아침부터 오후까지 갖고 있어야 하는 일은 하루가 아니라 몇날 며칠이 필요한 일이며 그럴 만한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점심시간은 비즈니스를 위해 비워두라
일주일에 2회 이상 친하지 않은 사람과 식사 하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같은 그룹과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가 심한데 조직 안에서 폐쇄적인 집단의식은 성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러라도 폭넓은 사교성을 만들도록 훈련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진행 가능한 오찬모임을 만들어라. 사내 인맥 형성 또는 동종업계 모임으로 만들면 좋다. 일종의 커뮤니티 활동이다. 사대문 안 맛집 투어라든가 제철메뉴 시식회, 레스토랑 런치코스 즐기기 등 테마와 이벤트를 계획하면 더 효과적이다. 비즈니스가 목적이라 하더라도 색 다르고 신선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본인의 업무 집중에도 도움이 된다.
하루 10분 인맥관리를 위한 최적의 시간
인맥관리는 헤드워크(Head-work)→풋워크(Foot-work)→네트워크(Network)다.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좋은 인맥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 지속적인 아이디어로 인지시키고 발품을 팔아 몸을 움직여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직접 발품을 팔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고 다행히 지금은 온라인 인맥관리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온라인 인맥을 관리하자.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날마다 하루 한 개의 업로드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성도 높은 활동을 하는 것이 된다. 직장인으로서 하루에 한 가지 이상의 업로드란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직장이나 비즈니스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만 해놓고 활동을 하지 않는 유령회원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 가입한 커뮤니티는 성실히 관리해야 한다.
게시판 등에서는 자신에게 온 질문에 대답하고 답 메일을 보낸다. 늦어도 피드백을 잊지 않는 당신에게 신뢰가 형성되고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 메일을 보내라
비즈니스를 위한 안부 메일을 보내는 적절한 시간이 점심 무렵이다. 보통 오전에 출근해 메일을 확인하기 때문에 업무 메일은 오전에 발송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전에는 업무 메일 외에도 열어보지도 않고 삭제하는 스팸메일도 많이 쌓여있게 마련이다.
특별한 용건이 아닌 안부 메일이라면 차별화되기도 어렵고 단체메일로 보낸 듯한 무성의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업무를 시작하며 메일함을 여는 경우, 도착해 있는 안부메일은 나만을 위해 보내온 메일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점심시간에 관련한 콘텐츠와 정보가 효과적
함께 일하는 업체 직원의 업무메일은 언제나 날씨라든가 지난 주말의 일과, 오늘의 컨디션으로 시작한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고 업무적으로 미숙하며 실수도 잦은 편이지만 그런 그의 메일을 받으면 어쩐지 동화되어 도와주고 싶고 이해하려 하게 된다.
비즈니스 메일에 점심시간에 필요한 콘텐츠나 정보를 삽입하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오늘 점심에는 설렁탕을 먹었어요. 줄을 서는 게 좀 번거롭기는 했지만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쌀쌀한 날씨에 몸이 확 풀리는 것 같던 걸요. 내일도 춥다 하니 뜨거운 국물이나 탕요리 한번 드셔보세요.”라든가 “00에 새로 문 연 식당 가보셨어요? 우동이 아주 맛있던 걸요. 시간 되시면 꼭 한번 가보세요.”라는 내용을 첨가해보자. 당신의 애티튜드는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전달될 것이다.
점심시간의 학습과 독서는 쉽고 재미있게
20~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을 활용한 학습이나 독서는 어렵고 집중력을 요하는 것이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 또 식후의 나른함과 노곤함이 있을 수 있어 가급적 쉽고 재미있는 것을 고르고 대신 폭넓게 섭렵하고 반복하며 끝까지 실행에 옮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출퇴근 시 책을 들고 다니면서도 한 권을 다 읽는 것이 힘들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면 점심시간 용 책을 하나 더 준비해 두권을 갖고 다니면 효과적이다. 출근용과 점심시간용을 구분하는 것. 점심시간에는 보다 쉽고 재미있는 책으로 한다. 리프레시 효과가 있다.
책과 학습 외에 디지털타임으로 활용해도 좋다. 디지털 카메라, 넷북, 스마트폰 등 최신 디지털 기기를 접하고 싶은데 막상 배우고 공부하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좋다.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늘 있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다.
놀고 쉬고 자라
대화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대화를 하는 동안 에너지가 솟아나고 피로가 회복되는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다. 특히 여자들은 대화를 통한 치유효과가 크다. 상사의 눈에 띄지만 않는다면 휴대폰을 들고 옥상이든 휴게실이든 편안한 대상과 오래도록 수다를 떨 수 있는 장소로 가버려라.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짧은 숙면은 건강과 업무집중력에 도움이 된다. 시간이 늘 부족한 직장인이라면 밤잠을 짧게 자고 낮잠으로 보충하도록 한다. 하루 세 시간만 잤다는 나폴레옹도 낮잠 마니아였으며 시간을 조각조각 알뜰하게 활용하도록 주장하는 벤자민 플랭클린도 날마다 낮잠을 즐겼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하루 20분의 파워워킹만한 것도 없다. 특히 지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의도적으로 걸어라. 걷기가 두뇌 휴식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은 이미 의학적으로도 검증됐다. 하체를 많이 움직일수록 두뇌 활동은 활발해진다.
먼 곳을 식사 장소로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분 정도 보폭을 넓게 빨리 하여 걸어 당도할만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것으로 충분하다.
점심(點心)은 한자어의 뜻 그대로 마음에 점을 찍는 시간이다. 마지막 5분, 양치질 다음으로 자신을 위한 경구나 조언을 복기하는 시간으로 자투리를 사용해 오후 업무의 준비 태세를 갖추자. 그리고 ‘뜻하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경험하자.
[박윤선 그룹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편집팀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49호(10.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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