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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줄이라고 적었지만, 책을 읽고 재미 있었던 부분을 모아 보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죠. 꼭 한줄은 아닙니다.
“의사 선상 같으면, 긍게 의사 선상 아부지라먼, 의사 선상은 워쩔라요?" 의사 선생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다소 거북스러웠을 어머니의 질문에 의사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받아쳤다.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영감님이라도 계속 보고 싶을 만큼 사랑하시면 수술해야죠." 수술이 성공해봤자 식물인간이라는 의미였다. 나는 말 한마디의 책임마저 지지 않으려는, 서울 말씨 똑 부러지 는 의사가 거슬렸으나 어머니는 그딴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
솔직히 고백하자면 하의 상이라는 아버지 평가에 나는 상처받지 않았다.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두고 두고 아버지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날, 아버지와 내 가 무언가를, 사람 살이에 아주 중요할지도 모르는 무언 가를 놓친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게 무엇 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영정 속 아버지는 여전히 그거사 니 사정이제 나가 머라고 했간디,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떼고 있을 뿐이었다. |
아버지는 내가 아는 한 단 한순간도 유물론자가 아닌 적이 없었다. 먼지에서 시작된 생명은 땅을 살 찌우는 한줌의 거름으로 돌아가는 법, 이것이 유물론자 아버지의 올곧은 철학이었다. 쓸쓸한 철학이었다. 그 쓸 쓸함을 견디기 어려워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를, 사후의 세계를 창조했는지도 모른다. 조금 전 통곡하던 사촌들은 어느새 자기들끼리 시끌벅 적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활기찬 담소와 통곡 사이 어 디쯤에서 서성이며, 나는 깨죽이 담긴 쟁반을 든 채 우두커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꿈결처럼 모든 것이 낯설었다. |
앳된 얼굴이었다. 피부가 유달리 가무잡잡했다. "우리 아버지를 알아요?"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아는데요?" 흔하디흔한 삼선 슬리퍼를 시멘트 바닥에 문지르며 아이가 머뭇거렸다. “・・・・・・ 담배 친군디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여든 넘은 아버지의 담배 친구라니. 기분이 상했는지 아이가 눈만 치켜뜬 채 나를 노려보았다. "어쩌다가......” 눈꼬리는 사나워도 넙죽넙죽 말은 잘 받았다. "교복 입고 담배 피우다가 할배한테 들케가꼬 꿀밤을 맞았그마요. 양심 좀 챙기라대요. 최소한 교복 벗고 피 우는 것이 양심이라고 ・・・・・・ “그래서? 담부터는 양심 챙겼어요?" "아니요. 학교를 때려쳤는디요?" 학교를 때려친 아이와 아버지는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친구가 된 것이다. 조문할 요량으로 온 것인지 아이가 접 객실 쪽을 기웃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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