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식 전력랑계, 표준형대신 저가형 도입, 업계 '초긴장'
한전, 표준형으로는 경제성 없어 저가형 불가피
업계, 한전이 하라고 한 것 뿐인데...이제와서
한전 배전운영처 계량기술팀 양승호 차장이 저가형 저압전자식전력량계 구매규격 초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전이 저압전자식전력량계를 저가형으로 변경해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그동안 상대적으로 고가인 표준형으로 개발 등록한 대다수 제조업체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전은 전력선통신(PLC) 보급 확대 계획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아래 저가형 계기 구매를 앞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표준형 계기의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 전력량계 업계에 큰 파장이 예고된다.
이와관련, 한전은 24일 한전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전력량계 설계 및 영업 담당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업계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전은 저가형 계기 구매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구매규격에 대한 초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표준형 계기 구매가 올해부터 본격 발주되는 시점에서 구매 규격을 변경하는 것은 업계의 수십억원대 개발투자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며 개선을 요청했다.
▶한전의 입장 - PLC원격검침 확대를 위해서는 저가형 전력량계 필수
한전은 저압전자식전력량계의 약 70%를 차지하는 단상2선식40A 규격의 계기에 대해 내년부터 ‘E-type 전자식전력량계’를 본격 구매할 계획이다.
한전은 이를 위해 현재 구매규격을 만들고 있으며 오는 3월말 규격을 제정, 11~12월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E-type 전자식전력량계’를 본격 적용할 일정이다.
문제는 구매 가격이다.
한전은 이 신규 계기의 목표 구매가격을 1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작년부터 개발, 보급되기 시작한 표준형 계기 가격이 7만원대임을 감안하면 단가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또한 현재 범용기종인 기계식전력량계의 2만원대 가격에 비해서도 낮은 것이다.
한전이 이렇게 가격을 낮추려는 것은 PLC원격검침 보급 확대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다.
PLC원격검침을 위해 기존 기계식 대신 표준형 전자식계기를 사용할 경우 경제성을 맞출 수 없다는 논리며, 이에 따라 유효전력량 계량과 PLC원격검침 기능만을 갖춘 저가 보급형 전자식계기가 범용 기종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표준형계기는 유효전력량 계량, 원격검침기능 뿐 아니라 무효전력, 역률, 시간대별 계량, 부하기록, 역률관리 등의 전력계량과 관련된 제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기의 수명을 15년 이상으로 규격에 반영한 것도 논란거리다. 현재 표준형 계기의 법정 수명은 7년, 기계식 계기가 15년이다.
한전은 PLC원격검침 계기의 단가를 낮추고 수명을 늘려 경제성을 확보함으로써 PLC원격검침 보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당초 2월초 예정이었던 표준형 계기 연간단가입찰 공고도 잠정 보류하고 있다. 당초, PLC원격검침용 계기 30만대를 포함해 총 35만대 수준에서 표준형 계기를 발주할 계획이었으나 저가형 계기 보급 방침, PLC원격검침 확대 방침이 새롭게 가미됨으로써 전반적인 전력량계 구매계획에 큰 변수가 생긴 것이다.
▶업계의 입장 - 한전 방침 따라간 업체만 손해
한전의 저가형 저압전자식전력량계 보급 확대 방침에 대해 전력량계 제조업체들은 거의 패닉상태다.
제조업체들은 지난 2004년부터 한전의 표준형 저압전자식전력량계 구매 방침에 따라 신규 제품을 개발하고 한전에 공급자등록을 마쳐, 올해부터 본격 발주를 기다려 왔는데 발주시점에서 규격을 바꾼다는 것은 업체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개발비가 많게는 100억원이상, 적어도 30억원이상 투입된 상태에서 시장도 열지 못하고 판로가 없어진다면 이 투자비용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체들의 지적이다.
한전은 2004년 전자식전력량계 적용 마스트플랜을 제시, 향후 15년 동안 현행 기계식 계기를 전자식으로 완전 교체한다고 밝혔다. 이후 전자식 계기의 구매규격에 대한 검토가 이어져 2007년 표준형 계기 규격이 확정, 2008년 소규모 시범발주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인 발주를 예고해 왔다. 특히 올해에는 발주량이 확대됨에 따라 안정적인 구매를 위해 연간단가입찰을 실시한다는 계획아래 지난달 발주물량을 비롯한 제반 입찰 준비가 완료됐지만 최근 정책 변화 움직임에 따라 잠정 보류된 상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 한 관계자는 “한전의 방침에 따라 많은 돈을 들여 표준형을 개발했는데 한전은 이제와서 저가형으로 다시 규격을 바꿔 발주한다면 한전을 믿고 따라간 업체만 큰 손실을 보는 격”이라며 “투자비 회수를 위한 최소한의 물량이라도 2~3년간 발주해 주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현재 전자부품 가운데 10년 이상을 보증하는 부품이 있느냐”며 “1만5천원짜리를 15년까지 보증하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밝혔다.
한전은 저가형 계기를 내년에 약 100만대 이상 구매할 계획이다. 현재 단상2선식40A규격의 기계식 계기에 대한 교체분만 100만대가 내년에 잡혀져 있다. 이 수치를 반영한 것이다. 또 초과분은 PLC용으로 사용되는 계기에 대한 정책 방침에 따라 그 규모가 결정될 전망이다.
▶향후 파장과 전망
먼저, 한전의 표준형 계기 연간단가입찰 공고가 어떻게 날 것인가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PLC검침 보급 확대방침의 시기와 수위에 따라 연간단가입찰 물량에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표준형 대신 저가형 계기를 언제부터 얼마나 확대보급할 것인가도 큰 비중으로 반영될 것이다.
제조업체들도 한전의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실제 발주량 변화로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찰공고 내용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한전은 오는 3월초 PLC원격검침 확대방안을 확정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PLC원격검침용 계기의 수량이 결정될 전망이다.
한전은 작년까지만해도 PLC원격검침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작년 한전사장이 “5년이내에 PLC원격검침사업을 완료하라”고 언급하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존 일정에 대한 재검토가 한창 진행중이며 오는 3월중에 추진계획이 새롭게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오는 3월말께 제정될 저가형 계기의 한전 구매규격도 큰 관심사다. 규격에서 제시하는 품질수준과 세부기능에 따라 업계의 희비가 교차될 전망이다. 또 한전이 저가형계기와 기존 표준형계기 및 기계식계기를 어떤 비중으로 운영할 지도 큰 관심사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저가형 계기의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표준형과 저가형의 비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한전 방침과 업체 입장을 반영해 오는 4~5월경 방안을 결정해 공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준형 저압전자식전력량계 시험 모습.
기계식 저압전력량계 시험모습.
여기봉 기자 (yeokb@electimes.com)
최종편집일자 : 2009-02-25 11:00:59
최종작성일자 : 2009-02-24 17: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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