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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My Stroy

[이야기] 퀘렌시아

by KANG Stroy 2018.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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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투우장 한쪽에는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다.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그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은다. 기운을 되찾아 계속 싸우기 위해서다. 그곳에 있으면 소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소만 아는 그 자리를 스페인 어로 퀘렌시아Querencia라고 부른다.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이다. 


퀘렌시아는 회복의 장소이다.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힘들고 지쳤을 때 기운을 얻는 곳, 본연의 자기 자신에 가장 가까워지는 곳이다. 산양이나 순록이 두려움 없이 풀을 뜯는 비밀의 장소, 독수리가 마음 놓고 둥지를 트는 거처, 곤충이 비를 피하는 나뭇잎 뒷면, 땅두더쥐가 숨는 굴이 모두 그곳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만의 작은 영역. 명상에서는 이 퀘렌시아를 ‘인간 내면에 있는 성소’에 비유한다. 명상 역시 자기 안에서 퀘렌시아를 발견하려는 시도이다. 


당신에게 퀘렌시아의 시간은 언제인가? 일요일마다 하는 산행, 바닷가에서 감상하는 일몰, 낯선 장소로의 여행, 새로운 풍경과 사람들과의 만남...... 혹은 음악이든 그림이든 책 한 권의 여유든 주기적으로 나를 쉬게 하고, 기쁘게 하고, 삶의 의지와 꿈을 되찾게 하는 일들 모두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 좋은 시와 글을 종이에 베껴 적거나 소리내어 읽는 것 같은 소소한 일도 그런 역할을 한다.


-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12, 16p)


퀘렌시아는 어떤 곳인가요? 

퀘렌시아의 시간은 언제인가요?


나에게 회복이 되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이다. 왜? 아침부터 사람들에게 치이는 시간인데, 회복의 시간이라고 하면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아침 출근과 퇴근하며서 책을 읽는 시간은 충전과 즐거움이다. 

가끔 감당하기 어려운 책을 읽다가 졸기도 한다. 


어쩔수 없이 일찍 일어나 전철을 타게 된다. 

조금만 더 서두르면 전철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축복을 누릴 수 있다. 이제는 언제 나오면 앉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어제 읽지 못한 부분을 다시 여는 즐거움이 있다. 

다음역에 내려야 하는데 다 읽지 못한 책장에 아쉬움이 남는다. 


회사와 집의 거리가 멀다는 단점은 있다. 그러나 그 단점이 장점으로 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끔 회사에 일이 생겨서 갈때면 거리가 멀어서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행복이라 생각하고 책을 편다. 


아마도 그냥 출퇴근을 하라고 하면, 고통의 시간의 연속이고 따분함의 연속일것이다. 


나에게 회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니 감사와 즐거운 시간이 된다. 


가끔 몸이 좋지 않을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365일중에 몇일 안되니 참고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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