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이기주
황소북스
7)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환자가 숨을 거둘 때 “손”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입을 벌릴 기력조차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한 번 더 가족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서 “손 좀 잡아줘…”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날 이후 ‘손’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찼다. 나는 틈틈이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인간의 고질적인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그 농도를 연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타인의 손길과 언어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
죽기 전에도 죽기 이전에도 우리는 말을 한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야 나의 생각을 전달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죽어가는 사람이 '손'이라고 이야기하고 죽는다면 그 다음이 궁금 할 것이다. 왜 죽기 전에 손이라고 이야기 했을까? 손이 간지럽다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문득 했다. 위의 말처럼 떠나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체온을 느끼기 위해서 손을 달라고 하는 그의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 진다. 나의 마지막도 손이라는 말을 하고 죽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도달하니 말이라는 것이 쉬운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말 한마디에 전쟁도 일어나는 세상이다. 그럼 잘 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건가? 다들 누구나 알고 있는것이 이것이 아닐까? 싶다.
25) 옛말에 이청득심 이라 했다.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리가 있다.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 “고 말하지 않았던가 상대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26) 잘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만 한다. 상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말할 권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상대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열쇠를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잘 들어야한다. 요즘 사춘기의 아이가 아빠는 잘 안들으려고 하는거 같다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최선을 다해서 듣는다고 하지만, 내 말만 하려고 하는 나의 모습이 보였나 보다. 귀 담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몸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145)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선행기언이후종지”라고 했다.
행동을 옮겼다면 말이 꼭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말과 행동의 괴리가 없어야 함을 강조한 셈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무실역행’ 사상과도 의미가 부합한다. ‘무실’은 참되게 힘쓰자는 뜻이고 ‘역행’은 뒤로 미루지 말고 현재에 충실히 하자는 의미다. 이 역시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 아이에게 해줄께 라고 이야기 하고 기억하지 못하면 아이는 고민에 빠질것이다. 말과 행동이 같이 이루어 지지 못하니 말이다. 내가 해줄께는 나이 일정이 있었지만, 아이에게 해줄께는 지금 당장으로 생각 할 수도 있는것이다.
말속에 디테일이 있어야 했나?라는 생각도 해 본다. 점점 머리가 커져가는 아이에게 장난스런 말 보다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책은 수필처럼, 책의 제목 처럼, 물 흘러가듯이 소설 읽어 나가듯이 재미가 있으면서도 말의 품격은 책의 내용처럼 바로 이것 인거야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170) 상대의 귀를 향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내던지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 엇갈리는 독백만 주고받는 일인지 모른다.
인생은 작은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가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다만 인생이라는 강은 단번에 건너뛸 수 없다. 사귐도 그렇다. 크고 작은 돌을 내려놓고 그것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삶과 사람 앞에서 디딜 곳이 없다고 조급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인생과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194)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처럼 따듯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 한마디 말의 무게는 천금과 같으며 한마디 말이 사람을 다치게 하면 그 아픔을 칼로 베이는 것과 같다. “
말 속에 솜처럼, 가시처럼 날카로운게 말이라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은 몸짓도 있겠지만, 말의 중요성도 있는 것이겠다. 무조건 들어준다고 공감을 가는것은 아니라고 한다. 공감을 해주는것, 경청이라는 말처럼 말을 듣고 집중하는 모습이다.
책의 차례를 보면, 책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청득심 –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
과언무환 –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언위심성 – 말은 마음의 소리다.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대언담담 – 큰 말은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우주를 얻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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