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브로콜리 펀치
책 제 목 | 브로콜리 펀치 |
저 자 | 이유리 |
출 판 사 | 문학과지성사 |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을 화분으로 만들었다. 어느날부터 화분이 말을 건다.
완전히 익숙해졌고 아버지도 나무로 사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우리는 물론 가끔 투닥투닥 말싸움을 할 때도 있고 저거, 확 베어버릴까, 하고 생각하는 적도 있었지만 보통은 사이좋게 지냈다. 몸집이 커지자 아버지는 베란다에서만 지내는 것을 지겨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 바깥 공기를 쐬어주고 풍경을 내다볼 수 있도록 해주었더니 까치도 보고 비둘기도 보고 방충망에 붙은 노린재도 보고 하며 좋아했지만 그것도 곧 싫증을 내게 되고 말았다. 그러더니 어느 볕 좋은 봄에 드디어 앓는 소리로 유진아, 나가자, 나가고 싶다, 해서 화분에서 뽑아달라는 거냐고 물으니 그게 아니라 그냥 밖에 나가고 싶단다. |
아침에 일어나니 손이 브로컬리가 되어 있다. 의사에게 가보니 광합성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대수롭지 않게 약을 처방한다. 의사가 의사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
87) 네, 안쪽부터, 그러니까 이걸 줄기라고 해야 하나요 팔목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그 안쪽에 그러니까 물관이라고 해야 하나요 혈관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그쪽부터가 근질근질한 기분이에요. 아, 그건 정상입니다. 광합성을 하느라 그래요, 광합성. 아시죠? 약 처방해드릴 테니 물 많이 드시고, 잠 잘 주무시고. 무엇보다 푹 쉬셔야 해요. 마음 편하게 잡수시고. 그러면 며칠 안 가 낫습니다. 92) 마는 죽을병은 아니긴 해도 꼬라지도 우습고 사는 데도 불편허고 영 몹쓸 병이야. 요즘에는 애들한테 접종도 맞히고 해서 많이 없어졌는가 보더만. 원준이 고놈 허약해졌는가 보다. 나중에 한번 오라 해라. 닭이라도 고아 먹이게." |
같이 지내던 남친이 가져온 이구아나, 남친과는 헤어졌지만 이구아나와는 헤어지지 못하고 어떻게 처리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구아나가 말을 건다. 헤엄을 가르쳐 줄 수 있느냐고 물어 본다.
260) 이구아나와 나) 이구아나는 멕시코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다. 수영을 가르쳐주는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게 감사하고 죄송한일인 데다, 그 뒤의 일은 혼자 힘으로 해내고 싶다는 거였다. |
만화영화나 영화에서 동물이 말을 걸기도 한다. 슈렉에서는 장화신은 고양이가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면서 부탁을 한다. 그 눈을 보면 들어줄 수 밖에 없다. 브로컬리 펀치는 주변에 있는 것들이 말을 건다는 소재가 참신하게 다가 온다. 혼자 있는 집에서 말을 걸어 준다면 무서움이 있겠지만, 늘 같이 있는 것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든다. 특히 브로컬리 펀치는 남친의 손이 브로컬리가 되고 회복을 하면서 브로컬리에서 꽃이 피는 모습은 상상의 끝을 달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나도 가슴속의 답답한 일이 있으면 손이 브로컬리가 되었으면 싶다. 그럼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다. 내 손이 브로컬리가 되어 버렸어, 몇이 광합성을 하고 꽃이 필 때까지는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건 어떨까? 아니면 노래방에 가서 모든 것을 풀어 볼까? 술은 광합성에 도움이 안되..
홈플러스의 애완동물 코너의 이구아나를 보았을 때 저걸 누가 키우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무에 떡하니 있으면서 큰 눈을 움직이는 것을 봐서는 징그러움을 먼저 상상하게 된다. 그런 이구아나가 자신이 곧 죽는다. 마지막 소원을 들어 줄 수 있는가? 라고 물어 본다면? 당황스러움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아니 귀찬으니 비행기 편도표를 끊어줄 의양이 있다. 그러나 이구아나는 자신이 직접 가보겠다고 한다. 말도안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멕시코까지? 그것도 작은 이구아나가? 대서양을 넘어서? 그러나 이구아나는 성공해서 옆서를 보냈다. 옆서의 주소를 적을 정신이라면 한줄 멋있게 써주지,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겼지만, 나 멕시코 잘 도착 했음, 고마워” 이정도는 써줘야 하는거 아닌가?
상상이기는 하지만, 상상이 아닌 그런 느낌의 동화 같은 느낌이 모든 단편소설 속에 녹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