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스토너 - 평범한 삶
스토너 | 존 윌리엄스 /김승욱 | 알에이치코리아(RHK) |
남자의 인생인가? 아니면 인간의 삶인가?
스토너의 시대는 1차 세계대전이 곧 일어나기 전에 시작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지나온다. 농민의 아들인 스토너는 농업을 위해 대학에 가지만 영문학에 빠진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친구들은 군대에 가지만 스토너는 학교에 남기로 한다. 첫눈에 반한 여성인 이디스와 결혼을 한다. 딸을 얻고 대학교에서 교수가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암에 걸려서 죽게 된다.
간결하게 말한다면 이렇게 된다. 하지만 이디스와의 관계부터 꼬인다. 이디스로 인해 딸과의 사이는 멀어진다. 아이가 태어나고 모든 육아는 스토너가 한다. 이디스는 결혼식 이후부터 철저하게 스토너를 코너에 몰아 둔다. 이디스는 소시오패스 같은 성향을 나타낸다.
딸에게 그는 아버지라기보다 거의 어머니였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빠는 사람도 그였고, 아기 옷을 골라 입혀주고 찢어진 곳을 꿰매는 사람도 그였다. 그는 아기를 먹이고, 목욕시키고, 울면 품에 안고 달래주었다. 가끔 이디스가 투덜거리면서 아기를 부르면 윌리엄은 아기를 그녀에게 데려다주었다. 이디스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아무 말 없이 불편한 자세로 잠시 아이를 안고 있었다. 낮선 사람의 아이를 대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다 몸이 피곤해지면 한숨을 내쉬며 아기를 다시 윌리엄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정체를 잘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조금 울고는 눈가의 눈물을 찍어내며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래서 그레이스 스토너가 태어난 뒤 처음 1년 동안 접한 것은 오로지 아버지의 손길, 아버지의 목소리, 아버지의 사랑뿐이었다.
스토너의 부모님이 돌아가시지만, 아내는 장례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은것 같다. 이디스의 아버지가 돌아 가셨을 때, 이디스는 자신의 모습을 변화 시킨다. 자신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버지가 선물한 것을 모두 없애 버린다. 2달의 시간이 지나고 이디스는 나타난다.
그녀가 윌리엄을 바라보면 물었다.
"내가 달라 보여요?"
"응." 윌리엄이 말했다. "아주 매력적이오. 아주 예뻐요."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가엾은 윌리." 그리고는 다시 딸에게 시선을 돌렸다. "난 달라졌어." 그녀가 딸에게 말했다. "정말 달라진 것 같아"
윌리엄 스토너는 이것이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왠지 이디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의도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버지의 장례식 후 이디스는 달라졌다. 딸과 아빠의 관계에 벽을 세운다.
이제 그는 딸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세 식구가 함께 식사를 하기는 했지만, 그럴 때도 그는 감히 딸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가 말을 걸고 그레이스가 대답하기라도 하면 이디스가 곧 그레이스의 식사예절이나 앉은 자세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내기 때문이었다.
집은 점점 어두워져 간다. 스토너는 학교에 집중을 한다. 그곳에서 청강생이였던 캐서린을 만난다. 난 스토너의 방황에 용서를 해 주고 싶었다. 아니 용기를 주고 싶었다.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이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
스토너는 거의 매일 수업이 끝난 오후에 그녀의 집으로 왔다.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사랑을 나눴다. 아무리 놀아도 지치지 않는 아이들 같았다. 그렇게 봄날이 흘러갔고, 두 사람은 여름을 고대했다.
불타는 사랑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곧 아내도 알게 되고, 대학교에 소문이 돌기 시작 한다. 이디스는 젊은 여자 만나러 가야 하지 않냐고 비아냥 댄다. 대학교에서는 둘과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한다.
주변의 시선과 관계 없이 둘의 사랑은 더욱 불타오른다. 하지만 결국 스토너와 캐서린은 마지막 사랑을 하고 헤어진다. 스토너는 안도를 한다.
그녀는 얼마 전부터 떠날 계획을 미리 짜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스토너는 그 사실을 깨닫고 자신이 그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것에, 그리고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담은 마지막 편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헤어지고, 스토너는 생애 처음으로 병을 앓았다.
그는 원인 불분명한 엄청난 고열에 시달렸다. 겨우 일주일이었지만, 기운이 쭉 빠져서 몹시 수척해졌을 뿐만 아니라 후유증으로 청각마저 일부 잃어버렸다.
안도를 하였지만, 마음속 깊은곳에 무엇인가가? 깊은 병으로 옮겨 갔다.
시간은 누구도 이길수 없다. 이제 그도 나이가 들었다.
핀치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음, 아무래도 자네와 그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네. 내년이면 자네는 .... 예순다섯 살이야. 그러니 좀 계획을 세워봐야 할 것 같아."
스토너는 고개를 저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네. 난 당연히 2년 옵션을 이용할 생각이야."
쉼이 필요 하지 않나?라고 친구가 말한다. 은퇴를 생각 하라는 것이다.
388 ~ 390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눈을 뜨니 사방이 어두웠다. 그는 창밖의 하늘을 보았다.
....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생각했다.
뭔가 무거운 것이 그의 눈꺼풀을 누르고 있었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가 힘들게 눈을 떴다.
....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그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십대에서 시작하여 예순다섯의 나이로 끝이난다. 스토너는 평범한 인생을 살아 온것처럼 보인다. 가족이 있고 직장이 있다. 부족하지 않은 경제력도 있었다. 농부로 시작해서 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스토너는 병으로 침대에 누워 무엇을 기대했을까? 스토너는 실패한 인생이라고 봐야 할까? 아내와의 관계는 형편없고, 딸과의 관계는 서먹하다. 엄마를 피해 임신을하고 떠난 딸의 마음을 알지만, 아이에게 벽이 되어 주지 못한다. 뜨거운 사랑의 캐서린이 떠나는것을 잡지도 못한다. 미련이 남는 편지에 당황해 할까봐 스토너는 편지를 남기지 않음에 감사를 한다.
가정을 버리는것이 옳은 것일까? 사랑을 찾아가는것이 맞은 것일까? 아내와의 관계를 개선하기에는 아내의 권력이 너무 커 보인다. 스토너 도망쳐, 아니 같이 도망가자라고 말하고 싶었다.
캐서린의 관계는 2년은 넘지 못했다. 하지만 2년은 스토너의 인생의 최고의 행복이였던거 같다. 그가 처음으로 앓아 누웠다는 점이다.
코끼리가 어릴적 작은 말뚝에 묵이면 커서도 작은 말뚝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말뚝에 묵인 코끼리의 그림자 속에 스토너가 보인다.
마지막의 순간에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스토너는 실패 하지 않았다. 아니 실패는 버리고 기쁨만 가지고 가려고 하는것은 아닐까?
300p
그는 길고 어두운 복도로 나가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햇빛을 향해 걸었다. 세상은 탁 트여 있었지만, 그에게는 어디를 돌아봐도 감옥 같았다.
감옥 같은 곳에서 벗어 나는 스토너는 그것이 기쁨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