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축복을 비는 마음
축복을 비는 마음 | 김혜진 | 문학과지성사 |
축복을 빌어 준다. 누구에게 축복을 빌어 주어야 할까? 나에게 축복을 빌고 싶을 것이다. 나를 희생하면서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뿌듯함을 느낀다. 축복합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요즘은 없다. 교회나 가야 그런 소리를 듣기는 한다. 축복합니다. 다음주에도 봐요. 누군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축복이지 않을까? 사전적으로는 복되는 일,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복을 내리는 것. 매년 새가 되면 복 받으라고 하는 소리를 듣기는 한다.
이 책은 샤머니즘에 의한 복이라기 보다는 우리 생활 속에 느끼는 모든것을 이야기 한다. 그중 유독 집과 관련 된 부분이 눈에 들어 온다. 전세를 사는 사람, 갭 투자를 했지만 제대로 된 투자를 못하는 사람, 집 주인이지만 세입자보다 못한 사람, 세입자이지만 집 주인 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TV 뉴스에서 집 값이 올랐습니다. 내렸습니다. 어디는 한 평에 XX 입니다. 집과 관련 된 뉴스는 꼭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사는것 이외에 투자의 목적도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20세기 아이","목화맨션","이남터미널","산무동 320-1번지"가 집에 대한 부분입니다. 8개의 단편중 4편이나 있습니다. 목화맨션은 겨우 집을 하나 장만 합니다. 주변 호재가 있다는 말에 투자를 하게 되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세입자를 찾는것도 힘이듭니다. 비 오는날 우연히 세입자의 연락이 오면서 시작 됩니다.
혼자 온 여자의 이삿짐을 같이 정리하고 냉면을 먹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냉면은 처음이라고 말을 합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 또 이삿짐을 옮기고 밥을 먹으러 갑니다. 냉면을 먹을때는 그렇게 맛있게 먹었지만, 깨작이면서 먹지를 못합니다.
언니, 점심 먹었어?
만옥과 순미, 찬호 세 사람이 간 곳은 근처 국숫집이었다. 만옥이 시킨 잔치국수는 너무 뜨거웠고 국물을 몇 번 떠먹고 나자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찬호는 땀을 흘리며 순식간에 비빔국수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고 순미는 살얼음이 뜬 냉국수를 반쯤 남겼다. 이따금 찬호가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지만 만옥은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만옥은 순미와 처음 냉면을 먹었던 그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가 아주 오래된 일처럼 느껴졌고, 새삼 좋았다고 생각되었다. 아니, 불행과 비극 속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여겼던 그 시간들이야말로 정말 좋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팔아야하고,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세입자와 집주인의 모습이다. 어느 누구 하나 즐겁지 않다. 집을 꼭 팔고 싶은것은 아니였다. 어려울때 세입자로 들어왔던 순미, 그리고 다른곳으로 가지 않고 계속 계약을 연장 하던 순미에게 만옥은 미안함이 있다.
처음 냉면을 먹던 날은 서로에게 미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숫집에서는 현재의 모습속에 서운함이 묻어 난다. 세입자이지만 세입자가 아니고, 집주인이지만 집주인이 아닌 두 사람은 우리 주변의 사람이다.
같이 어렵지만, 서로 도울 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마지막 축복을 비는 마음은 청소 용역을 맡으면서, 청소 용역을 주는 사장의 얌체 같은 모습이 나온다. 그 얌체 같은 모습을 바로 잡아주는 경옥이 나타난다. 경옥의 원래 이름은 소현이다. 소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인선은 사장에게 이용만 당하게 될뻔 했다. 착한 사람을 이용하는 사장의 모습에 화가 난다.
저도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인선이 고개를 끄덕이자 경옥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집을 청소할 땐 마음이 너무 불행해지지 않으나고 물었다. 받은 돈은 똑같은데 몇 배나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지 않느냐는 거였다.
축복을 비는 마음으로 하는 거죠. 뭐.
인선이 답했고 경옥이 물었다.
축복요? 무슨 축복요?
깨끗하게 청소해드리는 만큼 좋은 일 많이 생기시라고 빌어주는 거죠.
경옥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인선을 돌아보았다. 인선의 얼굴에 엷게 웃음이 떠오르는 걸 확인하고 난 뒤에야 경욱이 중얼거렸다.
에이, 설마. 진짜 아니죠?
왜 아니에요? 진짜지. 진짜에요.
진심으로요? 축복을요? 말도 안 돼.
진짜라니. 축복을 비는 마음이라니. 인선은 대답 대신 소리 내어 웃었다.
인선은 사장의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독립을 했다. 한동안 일이 없다. 적은 금액의 일을 시작하면서 경옥과 함께 일을 하러 가며 차에서 이야기를 한다.
청소는 지져분한 것을 치운다. 청소를 하고 나면? 세상은 더 밝아 질까? 축복을 빌어주는 사람의 마음이 더 많은 축복을 받는거 같다.
집주인으로서 서운함. 세입자로서의 서운함. 사장이라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 그래도 누군가를 축복 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축복을 비는 마음.. 책 제목만큼 따뜻하면서도 공감가는 내용의 책이였습니다.